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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시장

2010년 10월에 작성

문예가, 디자이너 그리고 이와 연관된 일을 하는 크리에이터들과 학생들은 끊임없이 뭔가를 만들어 낸다. 그것은 때로 조형물이기도 하고, 글이기도 하고, 시스템이기도 하고, 새로운 발상이기도 하다. 인간은 뭔가를 만듦으로써 생각을 표현하고 환경을 변화시킨다. 만드는 행위는 고귀한 것이며 인간을 인간답게 해주는 특징이다.

우리는 만드는 사람들이다. 만드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우리들 모두는 자신이 만들어낸 결과물에 대한 긍지를 가지고 살아간다. 이러한 우리가 선한 의지로 만드는 모든 것은 한번쯤 눈 여겨 볼만한 가치가 있다. 심지어 그것이 매우 사소한 사항을 다룬다 하더라도 마땅히 존중 받아야 하고, 연습 삼아 만든 것이라 할지라도 그 존재를 세상에 알릴 기회가 주어져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지금 존재하는 시장은 우리의 빛나는 창조물들을 모두 받아줄 만큼 넉넉지 못하다. 첨단 정보산업사회는 우리에게 이렇게 닦달한다. 그런 것으로는 돈을 벌지 못할 거라고. 좋은 생각이지만 지나치게 특이해서 팔 수는 없을 거라고. 유행을 따라야 인기를 끈다고.

사실이다. 우리가 열정적으로 몰입하는 작업 중에는 지극히 심오하고 진지하고 개인적이어서 빌어먹을 '사업성'과 인연이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게 무슨 대수란 말인가. 돈을 많이 벌어다 주는 것은 우수하고 그렇지 못한 것은 열등하다는 규칙은 누가 만든 것인가.

이런 시덥지 않은 이유로 지금껏 많은 창작자들의 빛나는 생각들이 '시안' 혹은 '실패작'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사라져야만 했다.

<디자인 시장>은 주류 상업시장에 어울리지 않는 창작물들이 모이는 장소다. 직접 디자인 한 공연 포스터가 남았다거나, 집에서 만든 수제 일기장이 혼자만 쓰기엔 너무 예쁘다거나, 취미로 만든 개집이 꽤 괜찮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그 창작물에 적절한 가격을 붙여 디자인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 본인이 쓴 시집, 일러스트레이션, 컴퓨터 바탕화면을 팔 수도 있다. 물품의 종류에는 제한이 없다. 기발한 아이디어나 시스템, 또는 당신의 능력을 올려도 좋다.

디자인 시장은 견고한 주류 상업 체제에 어울리지 않아 갈 곳을 잃은 빛나는 창작물들이 헛되이 사라지지 않도록 붙잡아 두는 장소다. 예상컨대, 앞으로 이 곳에는 사소하고 잘 안 팔릴 것 같은 물건들이 모이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게 무슨 대수란 말인가. 어떤 창작물에 창작자의 진심 어린 애정과 흥미가 서려있다면 마땅히 그것은 세상에 알려질 자격이 있다. 디자인 시장은 그러한 창작물이 알려질 수 있는 기회를 문턱 없이 제공하는, 즐거운 교류의 장이 되길 희망한다.